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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위 이야기
[주식귀신] 2016-12-16 오전 12:41:31 조회수:6229 http://ipoasset.com/sub07/community06_view.asp?idx=1056 

 

<1주차 - 재무제표 분석을 위한 기초>

할아버지 벤자민을 따라 거위 시장에 온 피터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시장에는 약 2천 마리의 하얀 거위들이 꽥꽥거리며 빽빽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똥을 싸대는 거위도 있었지만,
어떤 거위들은 황금 알을 낳는다고 하였다.이야. 이것이 말로만 듣던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시장인가

피터는 이윽고 자기 앞에서 열심히 꽥꽥거리는 거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거위의 주인이 다가와서는 이 거위는 반드시
황금 알을 낳을 테니 믿고 사라며 부추겼다. 거위 주인의 화려한 언변에 넘어간 피터가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는 순간,
벤자민 할아버지가 손을 잡아챘다.

시장에서 50년 이상을 거래해 온 벤자민은 노련했다. 벤자민은 사기 전에 거위 목에 붙어 있는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볼 것을 권했다.
설명서에는 거위의 나이며, 키와 몸무게는 얼마인지, 얼마나 많은 먹이를 먹는지, 그동안 황금 알을 낳기는 했는지,
얼마나 많은 황금 알을 낳았는지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황금 알을 낳을 것이라는 소문만 믿고 별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지.그러나 실제 황금 알을 낳을지 여부는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봐야 알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똥만 싸는 거위를 비싼 값에 사게 되거든……."

피터는 무턱대고 거위를 사려고 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벤자민의 조언에 따라 거위들의 목에 있는 설명서를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2주차 - 재무비율 분석으로 괜찮은 기업 추려내기>

피터는 거위 목의 설명서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곧이어, 몸집이 큰 거위일수록 큰 황금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피터가 외쳤다.
"유레카! 몸집이 큰놈들로 사면 되겠구나!"

그러자 어느새 벤자민 할아버지의 친구인 랄프 할아버지가 와서 핀잔을 줬다. 랄프 할아버지는 동물원의 얼룩말 담당 조련사인데,
주로 작은 거위들을 사서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 팔아서 크게 돈을 버셨다고 했다.

"몸집이 큰놈이니 당연히 큰 황금 알을 낳겠지. 그렇지만 몸집이 큰 거위가 언제까지나 그 몸집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란다. 힘 싸움에서
밀려 먹이를 못먹으면 자연스럽게 비실비실해지지. 엄청 큰 황금 알을 낳던 거위가 어느덧 똥만 싸대는 거위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단다.
게다가 몸집이 큰 거위일수록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몸집이 크다고 함부로 샀다가 똥만 싸대는 거위가 돼서 손해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란다. 몸집은 작아도 체격 대비 큰 황금 알을 낳는 아이들로 선별해서 사두면, 그 아이들의 몸집이 커지면서 황금 알도 커져서 좋고,
거위의 몸값도 높아지면서 크게 벌 수 있는 법이지. 따라서 무조건 몸집이 큰 거위를 찾는 것보다 체격 대비 황금 알을 크게 낳는 거위를

찾는 게 더 낫단다."

피터는 랄프 할아버지의 말뜻을 바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체격 대비 큰 황금 알을 낳는 거위들을 찾기 시작했다.


<3주차 - 매출활동>

무조건 몸집이 큰 거위를 찾기보다는 체격 대비 황금 알을 크게 낳을 거위를 찾는게 중요하다.

피터는 랄프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몇 날 며칠 동안 거위무리를 분석한 결과. 이제는 같은 체격의 거위들 중에서 어떤 거위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거위인지 고를 수는 있겠다 싶었다.

근데 또 고민이 생겼다. 현재로서는 괜찮은지 알겠는데 그 거위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이 먹고 성장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던 것이다.
거위들은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여 있었다. 지금은 좋은 거위지만 다른 거위들의 습격을 받거나 거위 서식지 환경이 변화하면서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었다.

피터는 답답한 마음에 "흔한 거위들"의 저자인 필립을 찾아갔다. 필립은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어떤 거위는 힘이 세서, 다른 거위보다 더 많은 먹이를 차지할 수도 있지. 어떤 거위는 특별한 기술이 있거나 사냥방법이 여러 개라서,
또 어떤 거위는 먹는 양에 비해 다른 거위보다 성장속도가 빨라서 등등 나름대로 경쟁우위가 있지. 포인트는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경쟁우위가 확장 또는 지속가능한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야."


<4주차 - 생산 및 판매관리 활동>

피터는 필립의 조언에 따라 경쟁우위를 가진 새끼 거위 몇 마리를 사들였다.
그리고 이 거위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황금알을 반드시 가져다 줄 것이라 확신했다. 경쟁우위가 있어서 다른 거위에 비해 먹이 확보를
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거위가 속속들이 등장했다.
관찰 결과, 먹기는 많이 먹는데 비실비실 크다가, 황금알은 낳지 못하는 그저 그런 거위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답답한 마음에 피터는 도서관에서 거위에 관한 책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필립의 아들, 케네스가 쓴 "슈퍼 거위들"을 읽다보니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었다.

"거위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남들이 모르는 것인가…….
거위 분석가들은 먹는 양에만 관심이 있고 소화능력에는 당최 관심이 없는 듯하다. 황금 알을 낳을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은 소화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소화능력까지 관심을 가져보자. 다른 사람보다 월등한 투자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거위는 지방과 근육 양에 따라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리고 경쟁우위를 일으키는 전략에 따라서도 평소 활동략이 달라지며,
간혹 병치레를 하게 되면 소요되는 에너지는 급격히 증가하므로…….

피터는 거위의 소화능력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5주차 투자활동 - 유˙무형자산, 관계회사 활용>

피터는 거위의 경쟁우위, 소화능력에 대해서 알게 되어 의기양양했다.
어떤 거위가 먹이를 잘 확보하고, 소화를 잘 시키는지를 알게 되니, 1:1로 비교할 때 누가 더 강한 놈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고른 거위는 최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착각임을 알아차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피터가 사들인 거위보다 이웃집의 존이 키우는 거위가
더 무럭무럭 자라고 있던 것이다. 피터가 보기에 존이 키우는 거위는 볼품 없었다. 존은 늘 착하고 온순한 거위를 사들이고 싶어했다.
영혼이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나... 그래서 존의 거위는 싸움도 할 줄 모르고 소화능력도 어중간해서 성장이 더딜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존의 거위가 더 빨리 성장할 줄이야. 피터는 존의 거위가 어떻게 자신의 거위보다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는지 의심스러워
존의 거위를 관찰해 보았다.

몇 날 며칠을 존의 집 앞에서 관찰한 후, 피터는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를 간과했음을 깨달았다.
거위는 무리지어 움직이고, 무리 내 일반 거위들은 우두머리 거위에게 자신이 사냥한 먹이 중 일부를 바치는 습성이 있었다.
존의 거위는 우두머리 거위였다.
1:1로 보자면 피터의 거위보다 볼품 없었지만 쟁쟁한 거위들을 부하로 거느린 덕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먹이가 넘쳐흘렀다.
반면, 피터의 거위는 힘도 세고 소화능력도 뛰어났지만, 성격이 포악하고 무리를 두지 않아서 늘 힘들게 먹이를 구하고 있던 것이다.


6주차 - 재무활동

피터는 개별 거위의 능력뿐만 아니라, 그 거위가 해당 무리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처음에는 무턱대고 거위를 사들였지만,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이제는 정말 좋은 거위를 찾아야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고민하면서 약 250개의 거위를 검토한 결과, 2~3마리의
괜찮은 거위들이 나타났다.

그렇게 몇 개월을 고민하면서 약 250개의 거위를 검토한 결과, 2~3마리의 괜찮은 거위들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공부한 이론과 경험으로 볼 때,
엄선된 2~3마리의 거위는 반드시 커다란 황금알을 낳아줄 거위였다.

그러나 자금이 모자랐다. 이 거위들을 찾아내기 이전에 다른 거위들을 사서 키우는 데 돈을 쓰는 바람에 여유자금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키우고 있는 거위들을 팔기 애매했다. 나름 엄선해서 고른 거위들인데다가 시장의 평가를 받기만 하면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피터는 며칠을 혼자 고민하다가 재무 상담을 위해 은행을 찾아 갔다. 은행장 앙드레는 여러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자금을 조달하고 싶으신가요? 우리는 지금 키우고 있는 거위를 사드릴 수도 있고, 고정이자율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대출을 해줄 수도,
새로 사들인 거위가 나중에 황금알을 낳게 되면 일부 배당을 받는 방법으로 자금을 투자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고객님의 몫입니다.
그러나 신중히 하세요. 돈은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뤄야 하는 것입니다.

피터는 시장 상황과 자신의 능력, 에상기대수익률 등을 고민하고 자금조달 조건을 주의 깊게 따져보기 시작했다.


7주차 - 기타활동과 현금흐름표

"훌륭하네요. 좋은 거위들을 감별하는 능력을 갖췄으니, 이제 눈덩이 뭉치듯이 돈을 굴리다보면, 어느 순간 대농장의 주인이 돼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할아버지 벤자민의 제자이자 동네 제일의 부자인 웨렌이 찾아와 피터의 거위농장을 돌려보고 해준 말이었다.
워렌의 말처럼, 피터는 이제 커다란 거위 농장의 주인이 되었다.게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이 대부분인 큰 농장이었다.

자신의 농장을 지켜보며 피터는 회상에 잠겼다.

할아버지 벤자민을 따라 처음 거위 시장에 온 일, 랄프 할아버지의 조언으로 무조건 큰 놈만 사는 게 능사는 아님을 깨달은 사건, 필립과 케네스로부터
경쟁우위가 있고 소화능력도 좋은 거위를 찾는 법을 배운 것, 존의 거위와 비교분석하면서 거위 자체 뿐만 아니라 그 거위가 속한 무리까지 함께 봐야
함을 깨달은 것, 그리고 조류독감이 먼 지역에서 발생해서 우리 동네에는 전혀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은데도 공포로 인해 거위 값이 폭락했을 때
앙드레에게서 돈을 조달하여 좋은 거위를 많이 챙겼던 일.

한 거위에게 사소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 효과의 영향에 대해서 몇 날 며칠을 디테일하게 공부했던 것 등등…….

늘 배움의 연속이었고 배움은 더할 나위 없는 수익률로 보답을 줬다. "돈을 벌기 위해 배워라." 이제는 피터가 다른 거위 상인들에게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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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서 더 중요한건 나와 거위 사이에 얼마나 이해상충의 여지가 있느냐 하는 것. 그렇지 않으면 거위가 갑자기 먹이와 황금알을 빼돌리고 아들 거위에게 무리를 헐값에 넘겨주더니 자살하는 경우도 있음. 주식귀신 2016.12.17